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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과에 대한 깊은 관심까지로는 이어지지 못해
3월 26일,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볼로냐아동도서전이 주빈국 전야제를 포함하여 닷세 간의 바쁜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66개국, 1천300여개 출판사가 참가한 이번 볼로냐 아동도서전은 한국이 일본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두번째로 도서전의 주빈국이 되어 한국의 아동도서를 유럽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주빈국관에는 한국인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과 그림책들이 전시되었다. 인터뷰에 응해주었던 Belle Arti 학생은 "우리와 먼 나라인 한국에서 온 흥미로운 화법을 보기 위해 친구들과 왔어요"라고 전하며 한국 일러스트에 흥미를 나타냈다. 볼로냐 시내와 박물관에서는 사물놀이와 한글 전시회, 원화전시회가 있었다. 또한 밀라노에서 성공적으로 치루어졌었던 국기원팀의 태권도 시범이 볼로냐 시내에서 다시 펼쳐져 이탈리아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주빈국관 외의 전시관에서는 35개의 한국 출판업체의 부스가 마련되었다. 한 줄로 길게 정열된 한국 출판업체의 부스에서는 많은 바이어들이 도서 저작권 수출입과 관련하여 상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출판 업체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주최측의 준비 미비로 인한 한국 업체 소개, 작품 소개가 너무 부족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박람회에 계약성사를 이룬 업체는 극히 일부였다. 또한 전문 통역인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주빈국관과 안내 데스크 외에 35개의 부스를 담당했던 통역 직원은 6명에 불과했다.
볼로냐 도서전에는 '주빈국'이라는 자부심과 이에 맞춰진 화려한 외관 외에 많은 점들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오케이이탈리아는 피렌체 한국영화제에 이어 전야공연과 개막식 그리고 도서전을 취재하며 전시회에서 얻은 점과 아쉬웠던 점을 다음과 정리해보았다.
첫 번째 이야기, 개막 전야 공연
3월 22일, 도서전 개막 하루 전, 사물놀이 야외공연에 이어 볼로냐의 포르티치 호텔 강당에서 주빈국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는 김중재 주이탈리아 대사, 강희윤 밀라노총영사, 대한출판문화협회 백석기 위원장, 이경제 국회의원, Giuseppe Paruolo 볼로냐 부시장이 참석해 축사를 이어갔다.
세미나를 끝마치고 아레나 델 쏠레 극장에서 주빈국 개막전야공연이 열렸다.
- 得 첫 번째, 볼로냐에서 한국음악의 울림 -
Corea Fantasia(한국 환상)이라는 주제의 개막전야공연은 경기도립국악단의 연주로 아리랑이 읊어졌다. 두 번째 곡은 별달거리 장단으로 아리랑과 달리 악기 하나하나의 연주가 돋보이는 형식인 '신푸리'. 신명이 절로 나는 곡은 관객들의 큰 박수를 자아냈다. '신푸리', '새타령'에 이어 차인경 소프라노가 선보인 'oh, mio bambino caro'를 감상한 이탈리아 관객은 인터뷰에서 '소프라노의 목소리에 놀랐다. 그녀의 노래를 더 들을 수 없었던 거에 대해 몹시 아쉽다.'고 밝혔다. 한국 전통 악기의 연주에 이탈리아 가곡의 조합이 주제에 합당하게 '환상적'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2부 공연에서는 부채춤, 농악무, 태권무무 등을 선보였다. 태권도를 춤으로 승화시킨 '태권무무'는 단합되고 절제되면서도 힘이 넘치는 춤사위로 인터뷰에 응해주었던 또 다른 관객은 시내에서 있을 국기원의 '태권도 시범'의 날짜와 장소를 적어가기도 했다. 공연의 피날레는 '농악무'였다. 특히나 장장 5분 이상 계속되었던 '상모돌리기'는 이탈리아인들의 웃음과 감탄을 이끌었다.
아쉬운 점 첫 번째, 이탈리아 관객들은 뒷전
'한국 환상'의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공연에 감동받은 관객들은 앞으로 있을 한국의 공연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허나, 이를 안내하는 이들은 정말이지 아무도 없었다. 앞으로의 공연 내용이 적혀진 A4종이 한 장 없었다. 공연에 감탄한 '이탈리아 관객'들은 복도에서 이미 지난 일정표 또는 전야제 공연과 아무 관계 없는 공연 팜플렛만 뒤적였다.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교민으로써, 이탈리아 한인 통신으로써 너무 답답한 나머지 이를 주최측에 황급히 전했으나 주최측은 담아 들을 자세는 고사하고 귀빈 모시기에만 바빴다. 현지 관객들은 완전 뒷전이었다. 순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평가되었었던 서울시오페라단의 트리에스테 공연이 기억을 스쳐갔다. 서울시오페라단은 공연 후 관객들의 반응을 궁금해하고 매달려 무언가 반응을 얻어내려는 기본 자세는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공연이 '성공'이라는 단어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었다. 되려 필자가 이들에게 주최측인 마냥 일정표를 하나하나 적어주며 일정 알리기에 바빴다.
한국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앞으로 볼로냐 아동도서전의 성공적 전초전이 될 수 있었던 '주빈국 개막전야공연'. 공연은 대단했지만 공연 후 관객들을 도외시하는 자세는 반드시 지양해야 할 자세임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한국 언론은 '전 관객이 기립박수를 보냈다'거나 '뜨거운 반응이었다', '아주 성공적으로 마쳐졌다'고 전하고 있다. 기립박수에 대한 말은 뒤로 하고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시 현지에 도착한 한국 언론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 기자단 전체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로 서로 묵인하며 전야제 공연을 이같이 성의없이 전달하는 것은 무슨 태도인가. 기자단과 주최측 모두 반성해야 할 사항이다.
두 번째 이야기, 두르소 교수와 한국 언론의 만남
개막 전야제 공연이 막을 내리고 23일, 볼로냐 전시장 일러스트 카페에서 '주빈국 개막식'이 있었다. 개막식은 '둥글게 둥글게'라는 이번 표어를 뒤로 하고 Francesco Maria Giro 문화부 차관이 축사를 통해 한국의 주빈국 참관을 축하했다.
개막식이 끝난 후 한국문화번역원 주최로 한성옥 작가의 동화 '나의 사직동'의 애니메이션 상영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베네치아 Ca' Foscari 대학 한국학과 빈첸짜 두르소 교수를 만나볼 수 있었다.
得 두 번째, 두르소 교수의 조명 -
한국의 문화부 기자들은 이번 아동도서전 중 큰 특별한 점이 있다면 한국 동화를 애니메이션 영상과 함께 구현하는 것이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기대해 반해 특별한 점을 찾아 볼 수 없었던 애니메이션 상영에 기자들은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이 때 "여기 계신 한성옥 작가 '나의 사직동'은 저에게도 감동을 주는 동화예요. 재개발로 사라진 고향에 대한 마음이 잘 표현된 작품이지요."라며 무거운 정적을 깨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베네치아 국립대 한국학과의 두르소 교수였다. 필자가 이탈리아에서 한국 문화 행사에 빠질 수 없는 한국홍보책자 'La Corea'의 저자인 Valerio Anselmo(한국 이름 안설모)교수를 찾아갔을 당시 안젤모 교수가 언급했었던 훌륭했던 그의 제자 중 하나인 그 두르소 교수였다.
한성옥 작가와의 대담이 끝나고 두르소 교수의 유창하고 재치있는 한국 말 솜씨는 기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실 두르소 교수는 한국학과 교수의 역할 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을 이탈리아에 알리려고 노력하는 몇 위인 중 하나이다. 그녀는 1981년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한국에 온 뒤 1988년 서울대에서 국어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1년까지 10년간 한국에서 생활했었다. 이후 1998년부터 한국 작품 번역을 시작. 시인 고은 선생의 '순간의 꽃'을 비롯해 구상 시인, 은희경 작가의 작품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했으며 최근에는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번역했고 현재는 이인성 작가의 '낯선 시간 속으로'의 이탈리아어판 출간을 앞두고 있다.
참고로 이탈리아에는 한국학 또는 한국어과가 개설된 대학이 세 개 있다. 로마 Sapienza, 베네치아 Ca' Foscari, 나폴리 L'Orientale 동양대학. 그러나 아쉽게도 언론매체을 통해 한국에서 이탈리아의 한국학과에 대해 깊이 조명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들의 흥미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볼로냐 아동도서전은 두르소 교수가 이탈리아의 한국학과를 한국에 알릴 수 있는 모처럼만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아쉬운 점 두 번째, 한국학과에 대한 깊은 관심까지로는 이어지지 못해
"한국이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하니 한국학과의 교수로서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두르소 교수는 이 같은 말과 함께 황급히 '한글전시전'의 통역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떠나기 전에 기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전했다. "이탈리아에 한국학과가 3개 있는데요, 저희 대학은 한국학과 학생이 300명 이상임에도 대학에서 한국학과의 예산을 80% 줄인다고 해 요새 힘듭니다. 이건 저희 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예요. 여러분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간절한 도움요청의 말이었다. 너무 안타까웠다. 한국학과 예산 삭감을 한국에서 온 기자들에게 토로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애리게 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관심이 없었다. 두르소 교수가 떠난 후에 필자는 S신문 기자가 "아니, 예산 삭감이고 뭐고 그건 이 쪽 사정이지. 우리더러 뭘 어쩌라고"라는 무심한 말을 내뱉는 것을 우연찮게 듣게 되었다. 그러나 예산삭감에 존폐가 논의되고 있는 '한국학과'의 학생들이 훗날 한국 문학을 번역하고 이를 이탈리아에 알릴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왜 생각치 않을까.
(오케이이탈리아는 두르소 교수를 직접 찾아가 한국학과의 최근 어려움을 듣고 6월 호에 그 만남을 소개합니다.)
이번 도서전은 이 외에도 많은 아쉬운 점을 남겼다. 부족한 점이 많았던 만큼 수십억의 엄청난 정부 예산을 투자한 '주빈국'의 성과가 한국업체들에게 전해지지 못했다는 것이 전체적인 평이다.
ⓒ 오케이이탈리아 취재부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99374
© 김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