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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켜기가 두려운 세상이 되었다. 오늘도 인터넷 메인에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이 먼저 보였다. 사람은 태어나면 죽는 것이 이치이고, 언제나 죽음 앞에서 무기력할 뿐이다. 별중의 별이라는 마이클 잭슨의 삶의 여정이 평화스럽지 않은 길이었기에 부디 편히 쉬기를 바라며 그의 생애에 관한 글을 읽는데 마이클 잭슨이 했다는 이 말이 가슴에 콕 박힌다.
"남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을 믿지 않는다. 너무 의심이 많다.
스스로 자기를 의심하면 최선을 다 할 수 없다.
스스로 믿지 못한다면 누가 믿어 주겠는가?
작업에 들어가면 나는 자신을 갖고 100% 믿는다. 나의 혼을 그 작업에 불어넣는다.
그러다가 죽어도 상관없다. 그것이 나다."
이 글을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기륭전자 분회장을 맡고 있는 김소연씨이다. 그녀가 싸워야 할 상대가 무엇인지, 그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의연하면서 씩씩했던 김소연씨는 ‘ILO권고안 이행 거부하고 노동조합 탄압하는 기륭전자와 대한민국정부 규탄 시위’를 벌이기 위해 스위스와 프랑스를 방문했다.
지인으로부터 그녀가 파리에서 시위를 벌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륭전자라는 회사 이름을 처음 들었다. 무슨 일로 이 곳 파리에서 시위가 열리나 하고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보며 놀라움으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한국의 파견직, 비정규직 법이 부실하고 엉망이어서 많은 노동자들이 착취 당하고 있으며, 인권이 유린되는 사례들을 읽으며 해당 사용자들이 얼마나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를 무시하는지 뼈저리게 다가왔다.
기륭전자! 불법과 악용
2005년 7월 기륭전자 비정규직 200여 명이 불법파견 노동의 금지와 마구잡이 해고를 막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했지만 기륭전자는 곧바로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힘을 모아 항의했다는 이유로 200여명 전원을 해고 했다. 이에 맞서 현장 점거, 파업 농성, 공장 앞 천막 농성, 삼보일배, 50리 걷기, 삭발, 고공농성, 30일 단식, 94일 단식 농성 등 그들이 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했다.
2008년 7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권고안이 나왔다. 국제노동기구는 불법 파견 시정, 직접 고용, 용역깡패 동원 폭력 행사 등의 노조 탄압 중지를 권고했지만 기륭 전자는 "불법파견에 따른 벌금 5백만 원 납부했다"면서 고용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 정부 또한 침묵으로 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소연 분회장은 그녀가 지금 물러나면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두려움과 떨림 속에서 그녀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한 번 2009년 6월에 열린 스위스 국제노동기구에서 소복 1인 시위를 하고 이곳 파리 OECD 회의에도 참가해 프랑스 노조 측과 연대를 이끌어 내고 시위를 했다. 민주노총 노조원과 함께 삼보일배와 시위를 함께 했다.
법적 제도화가 필수
이곳 프랑스에도 파견직과 비슷한 것이 있다. 임시직으로 일자리를 알선하는 회사에서 소개한 회사에서 3개월 동안 일하고, 필요하다면 한 번 더 연장되어 6개월 동안 임시직으로 일할 수 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출산 휴가나 병가 휴가 등 임시적으로 부족한 일손을 메울 때 중간알선회사를 이용하지만 임시직이기에 일반 정규직보다 임금이 더 높고, 세금도 더 높아 비정규직을 선호하지 않는다. 또한 비정규직이나 단기 고용 등에 까다롭고 구체적인 제도들이 잘 정착되어 있어서 비교적 비정규직 문제로 인한 갈등이 적다.
한국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파견직이 임금이 훨씬 낮고, 고용 조건, 업종 등 규정들이 미비해 적지 않은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지만 제도적 장치를 개선하기는커녕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이려 하고 있다. 이러한 미비점을 악용하는 사업자도 문제이지만 악용할 수 있게끔 법적 장치가 미비한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약한 자가 믿을 곳은 법이어야 하는데, 그 법이 약한 자를 더 약하게 만들며 지금 수많은 사람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비정규직 중에도 여성 노동자들은 가장 낮은 임금 속에서 상시적인 해고가 더 많이 일어난다고 하니 이 역시 또한 큰 차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녀만의 싸움이 아닌, 우리의 싸움으로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 그녀가 싸우는 것, 그녀만의 싸움이 아니다. 누군가가 함께 해야 할 때 힘이 생기는 것이다. 정당하지 않은 법에는 같이 싸워야 한다. 미래의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는 비정규직, 파견직 문제에 연대와 참여로 정당하지 않은 법과 싸우는 일은 우리 모두의 일일 것이다. 그들이 하는 일이, 설득력이 없는 그들만을 위한 이기적인 것이 아닌, 합당한 이유를 가진 타당한 것을 알면서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침묵으로 국회법이 통과하는 일에 동의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항의서를 보내주면 좋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쓰면서 항의서도 쓰려고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격려의 편지를 쓰려고 한다. 함께 하지 못하지만, 이곳 파리에 살며 따뜻한 식사 한 끼 대접하지 못하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당신이 싸워 이기는 날 그날이 진정한 인간의 예의가 서는 날이라고 믿는다고. 그 날이 오리라고 믿음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나에게 희망이라는 말을 알게 해주었다. 내일이라는 날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것은, 더 나은 날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희망이고 그 희망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희망이 없다면 싸움을 왜 하겠는가. 나에게는 당신의 그 처절한 싸움이 희망이라고. 누군가 지치고 포기할 때 그 긴 여정을 포기하지 않고 이곳까지 찾아온 당신이 있기에 내일을 꿈꾸게 된다는 것을 알게 해준 김소연 분회장, 그리고 그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분들, 힘내십시오.
© 조미진 칼럼니스트